이것은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권희정 지음|날|208쪽|1만7000원
책임감 있게 사정하라
가브리엘르 블레어 지음|성원 옮김|은행나무|232쪽|1만7000원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의 아들 출산이 우리 사회에 여러 질문을 던지고 있다.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아이를 혼외자·혼중자로 부르는 일은 아무 책임 없는 아이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니 ‘혼외자’라 하지 말고 그냥 ’아들’이라고 부르자”는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의 제안이 큰 공감을 얻었다. 정치권에서도 비혼 출산에 대한 지원 및 사회적 인식 개선, 프랑스식 등록 동거혼(PACS) 제도 도입 등 다양한 제언이 오갔다. 이런 사안을 깊이 고민하는 데 길잡이가 될만한 책 두 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영아 살해의 가장 큰 원인은 미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출신인 인류학자 권희정씨가 쓴 ‘이것은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다’는 살해, 유기, 방임, 입양이라는 네 범주에서 국가와 사회가 보호하지 못한 아이들을 다룬다.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정상 가족’에 대한 집착이 이처럼 불행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이 중 아이 부모의 혼인 관계와 가장 밀접한 것은 영아 살해다. 1930~1940년대 한국 사회에서 아기를 살해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보고된 것이 처녀 임신, 즉 어머니가 미혼이라는 점이었다. 산모가 미혼인 경우 그 부모 등 가족이 모두 영아 살해에 가담하기도 했다. 1950~1960년대에도 미혼 산모의 아기들이 “뒷산에 암매장”되곤 했다. 1980~1990년대에도 “분뇨 통에 여아를 빠뜨려 숨지게 한” 사건, “아기를 수건에 싸서 물통에 빠뜨린” 사건이 벌어지는 등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구는 어떨까? 1930년대 아일랜드만 해도 이른바 ‘사생아’를 살해한 어머니에게 법원은 고작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사생아 살해는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영아의 살해에 비해 그다지 심각한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 부모에게 버림받고 사회에서 외면당한 여성은 미혼모나 부랑자를 수용해 노동을 시키는 집단 수용소 ‘워크하우스(workhouse)’로 보내지거나 성매매로 내몰리거나, 뒷골목에서 위험한 낙태를 감행했다.
그러나 이후 영국 사회는 달라졌다. “오늘날 수천 명의 미혼모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더는 사회적 비난을 받지 않고, 법 역시 한때 가능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그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서구 사회의 혼외 출생률은 지난 반세기 동안 꾸준히 높아졌다. 영국에선 1960년 5.2%였던 혼외 출생률이 2020년 49%로 상승했다. 미국은 1960년 5.3%에서 2020년 40.5%로, 프랑스는 1960년 6.1%에서 2020년 62.2%로 훌쩍 뛰었다.




